parkmija  
  
   (2008.9.3-9.9)박미자 개인전(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3전시실)

(2008.9.3-9.9)박미자 개인전(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3전시실)

할머니의 가출

- 박미자의 프리미티브 회화-

김미경(미술사학 박사)
강남대 교수/한국근현대미술연구소KARI 소장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에 대해 생각한다.
이번 여름 도쿄의 도고 세이지(東郷青児) 미술관에서 열렸던 ‘사는 기쁨-소박 회화의 세계’ 2인전에서 40세가 넘어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유명해진 앙드레 보샹(André Bauchant)과 70세부터 그림을 그려 80세에 첫 전시를 했던 그랜마 모제스(Grandma Moses)의 작품들을 보며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느꼈을 때도 나는 박미자를 생각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조용히 그림을 그려왔다. 1943년생으로 올 해 65세인 그녀는 서라벌 예대 공예과를 졸업한 뒤 수원여중고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아이들을 기르며 아동미술을 지도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며 살아온 그녀가 30여 년 동안 그려온 작품들을 생애 첫 개인전에서 세상에 드러낸다. 40세가 넘어 홍익대 미술교육원에서 4년 동안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검여(劍如) 유희강(柳熙綱)에게 서예수업을 받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서예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그녀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1998년 더운 7월 말, 내가 박사논문을 위해 인터뷰를 하러 화곡동에 있던 작가 하종현의 옛 자택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의 부인 박미자는 마당에 심어 키우던 꼬부라진 오이를 따서 처음 만난 내 손에 쥐어주고는 “작고 볼품없지만 무공해예요” 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얼핏 보기에 유명작가의 아내이자 두 남매의 어머니로 불리며, 마당에 꽃과 상치와 오이를 키우면서 살아온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가 호흡하는 순간마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한 인간-여자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그림에 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하종현이 일산으로 이사할 때 박미자가 정리하여 내게 넘겨준 1톤 트럭 분량의 카탈로그와 잡지들 속에서 ‘아빠 용돈 500원, 콩나물 30원, 박서보 아기 돌 반지 700원”이라고 적힌 옛날 가계부를 발견했을 때도 나는 그녀를 그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 후반의 첫 전시 ‘할머니의 가출’을 머리 속에서 떠올리자니, 느즈막히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첫 여행을 떠나는 한 여인의 가방 속에서 발견되는 개인적인 소지품들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그녀의 초기 작품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세밀하되 답답하지 않고, 사실주의적이지만 구성이 자유롭다. 1980년대에 주로 그렸던 세밀화들 가운데 <국화와 정물>(1980)과 <난>(1981)이 초현실주의적인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고, <정물>(1982)의 화투와 싹이 난 통마늘과 성냥과 시계, 그리고 꽃의 기묘한 조합은 <E.T>(1983) 만큼이나 앨리스가 본 ‘이상한 나라의 광경’ 같다. 또한 여성적 섬세함으로 콜라주(collage)된 가지각색 패치(patch) 천을 깔고 기우뚱한 원근법으로 그려진 <꽈리>(1982)가 나의 눈길을 오랫동안 끈다. 42세에 그린 <결혼식>(1985)에는 별처럼 빛나는 “축(祝)”이라는 글자 아래에서 싱긋이 웃고 있는 신랑 하종현군과 신부 박미자양이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앳된 신부의 모습은 <자화상>(1987)에서 거울을 보며 핑크 빛 립스틱을 바르고 분을 바르는 40대 중반의 박미자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그녀는 꽃을 좋아한다. 2000년대에 들어와 그린 꽃 그림들은 거의 올-오버(all-over) 화면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모네(Claude Monet)의 반점과 얼룩들을 연상시키면서도 박미자만의 색채의 조합과 붓 터치가 독특하다. 꽃처럼 곱게 살고 싶은 듯, 꽃을 배경으로 대담한 검정색 홀터 넥(halter neck) 드레스를 입고 웃는 여인을 그린 그림을 보고 “마릴린 몬로네요” 했던 내게 그녀는 웃으며 “나예요”라고 했다.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섹시함, 스타처럼 돋보이는 아름다운 미소를 점잔 빼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녀다.

삶을 넓은 시야로 관조하는 그녀에게는 낙천적이고 소박한 삶의 여유가 있다. 그것은 물질의 풍족함이나 부족함과 상관없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물 흐르듯이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오는 듯 하다. <내 생일파티>에서 가족들과 생일파티를 하는 박미자의 모습에는 자기 내면의 풍족함과 사랑의 나눔이 넘치고, <꽃의 합창>에서 밝게 웃으며 노래하는 꽃들은 불교합창단과 일산 여성합창단 단원으로 노래하기를 즐기는 그녀의 낙천적인 면모가 담겨있다. 한편 최근 그녀의 작품들에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한 순간들의 기억과 사회 사건들이 생활일기처럼 기록된다. <담소>(2008)에서 그녀는 갤러리 시몬의 김영빈 사장과 DB 아트 대표 김경화씨, 그리고 남편 하종현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고, <호프집>(2008)에서는 김복영 전 홍익대 교수, 부산 시립미술관의 박천남씨, 김준기씨, 고양시 원로작가회의 박승범씨가 등장한다. 콩바스(Robert Combas)와의 만남에서 받은 인상은 <프랑스 작가 콩바스씨 내방>에서 콩바스의 작품 같은 붓 터치로 남겨졌다. 한편 <남대문 화재>와 <촛불시위>(2008)에는 시민의식과 정치, 경제문제를 인식하는 대중들의 반응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이 있다.

낙천적인 웃음과 자잘한 일상의 기쁨을 소중히 생각하는 그녀의 그림일기는 바다 같이 모든 것을 수용하는 넓은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나는 뽐내지 않는 그녀의 겸손함 속에서 존재와 비존재, 음과 양, 삶과 죽음과 같은 철학적 명제들이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광맥처럼 존재하는 것을 본다.



2015/09/09   parkmija : 박미자-제16회 고양 원로작가 회원전 210
2012/10/11   parkmija : 고양시 원로 작가전 일시: 2012년 10월 12일 - 10월 21일 장소: 고양시 어울림 미술관 658
2011/04/01   parkmija : 고양 신문 - 박미자 作 ‘포도의 향기’ 973
2011/01/13   parkmija : [주간조선]하종현 전 서울시립미술관장과 박미자씨 “할머니의 가출, 해볼 만하네요” 1304
2011/01/12   parkmija : 박미자 개인전 (2011.2월26일~3월8일) 독일 푸랑크푸르트 괴테 문화원 887
2009/07/09   parkmija : (2009.07.17~ 3개월간)박미자 4회 개인전에 초대합니다.(분당정자 PB 센터 갤러리 뱅크) 1 2599
2009/03/10   parkmija : (2009.03.30~ )박미자 3회 개인전에 초대합니다.(일산 PB 센터 갤러리 뱅크) 2199
2008/11/03   parkmija : (2008.11.25~12.5)박미자 2회 개인전에 초대합니다.(국립의료원 NMC미술관) 1910
2008/08/21   parkmija : [연합뉴스]65세에 첫 개인전 여는 박미자씨 1 2185
2008/08/07   parkmija : 박미자 개인전에 초대합니다 896
2008/08/05   parkmija : (2008.9.3-9.9)박미자 개인전(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3전시실) 1152
2008/09/10   Peter Park : From Down Under (Australia) 83 1508
2008/09/14   parkmija :   [re] 창현아... 940
2008/09/07   이맹심 : Good job!! 922
2008/09/14   parkmija :   [re] 고맙다 833
2008/09/03   김현기 : 축하드려요....역시 멋진 이모님이십니다. 930
2008/09/05   parkmija :   [re] 축하드려요....역시 멋진 이모님이십니다. 929
    1 [2]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wooyu.net